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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뭐할까] 재개관한 리움미술관 기획전 ‘인간, 일곱 개의 질문’

기사 정보
작성자 : 전성민 기자
작성일 : 2021-10-08 06:00

‘인간, 일곱 개의 질문’ 전시 전경 [사진=연합뉴스 제공]


삼성미술관 리움이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휴관에 들어간 지 1년7개월여 만에 재개관한다.

기획전 ‘인간, 일곱 개의 질문’전(展)이 8일 서울 용산구에 있는 리움미술관에서 개막한다.

‘인간, 일곱 개의 질문’ 전시는 21세기의 급변하는 환경과 유례없는 감염병 세계적유행 상황에서 인간으로 존재하는 것의 의미를 고찰하고 미래를 가늠하기 위해 마련된 전시다.

국내외 51명의 작가와 13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이며, 인간 실존에 대한 성찰이 확산된 20세기 중반의 전후(戰後) 미술을 필두로, 휴머니즘의 위기 및 포스트휴먼 논의와 더불어 등장한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인간 존재와 우리를 둘러싼 관계들을 이해하고, 지금까지 당연시해 온 인간적 가치들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전시는 7개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반세기에 걸친 인간에 대한 예술적 성찰을 되돌아 보면서 문명의 분기점에서 인간이 맞이한 다양한 곤경들과 미래에 대한 전망을 담아 내고자 했다.

인간에게 던진 7개의 질문은 적절했다. 나 자신을 돌아보고, 나와는 다른 인간에 대해 다양한 측면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첫번째 ‘거울보기’ 섹션에서는 시대와 지역을 아우르는 예술가들의 자화상과 초상들을 만나볼 수 있다.

지극히 사실적인 자신의 얼굴을 가면으로 만들어 놓은 론 뮤익의 「마스크 Ⅱ」는 세밀한 묘사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작품의 뒤를 보며, 알 수 없는 인간의 내면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

다양한 예술가들의 초상사진 속에 시대를 대변하는 예술가의 의미와 역할, 사회적 기대치를 담아내는 주명덕과 육명심의 「예술가 시리즈」, 후기자본주의 사회의 시뮬라시옹 이미지를 드러내는 앤디 워홀의 「마흔 다섯 개의 금빛 마릴린」, 중동 민주화 운동을 모티브로 한 쉬린 네샤트의 「왕서」 연작 등을 통해 역사, 문화, 사회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다양한 인간상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펼쳐진 몸’ 섹션에서는 서구와 아시아를 아우르며 시도된 선구적 행위예술 작업들을 선보인다.

신체를 ‘살아있는 붓’ 삼아 격렬한 행위의 흔적을 화폭에 담아낸 이브 클렝의 「대격전(ANT103)」을 필두로, 한국 행위예술 발전의 모태가 된 이건용의 대표적 ‘이벤트’ 작업 「손의 논리」, ‘대지-신체’ 작업을 통해 여성주의 퍼포먼스의 선구적 예를 보여준 쿠바계 미국작가 아나 멘디에타의 「실루에타 시리즈」, 가부장적 인도사회에 대한 저항의 몸짓을 담은 소니아 쿠라나의 「새」, 그리고 사회문화적 관계들에 의해 변화하는 개인의 정체성 문제를 다루는 중국 작가 장후안의 「가계도」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일그러진 몸‘ 섹션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기괴하게 뒤틀린 신체 이미지들을 동원해 ‘인간다움’을 규정하는 단일한 정체성을 파기하고, 선과 악, 아름다움과 추함, 정상과 비정상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사회적 틀과 기존 제도에 저항하는 비판 의식을 드러낸다.

전쟁의 상흔으로 일그러진 인간상을 담은 최만린의 「이브」, 여성 신체를 둘러싼 환상과 편견을 깨는 루이즈 부르주아의 「유방」과 신디 셔먼의 「부서진 인형」 연작, 그리고 인간, 좀비, 폐기된 로봇의 모습이 혼종된 로버트 롱고의 「이 좀비들아: 신 앞의 진실」 등을 통해 악의 본성, 폭력과 죽음, 야만과 비정상 등 인간의 어두움을 마주할 수 있었다.

요안나 라이코프스카 작가의 「아버지는 나를 이렇게 만진 적이 없다」 [사진=전성민 기자]


인간은 가장 가까운 사람과 가장 많이 싸운다. ‘다치기 쉬운 우리’ 섹션에서는 가족의 분열된 관계를 보듬는 요안나 라이코프스카의 「아버지는 나를 이렇게 만진 적이 없다」를 만날 수 있다.

작가와 아버지가 눈을 감은 채 서로의 얼굴을 손으로 만지는 영상은 가깝지만 먼, 그리고 멀지만 가까운 가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다.

한국사회 중산층이 생각하는 행복한 가정의 전형을 담아낸 정연두의 「상록타워」, 제도와 상식의 편견에 맞서 남들과 다른 삶을 살아가는 다문화 커플들을 보여주는 김옥선의 「해피 투게더」, 다양한 공동체의 삶을 경험하며 변화무쌍한 다중정체성을 체현한 니키 S. 리의 「프로젝트」, 그리고 현실과 가상이 뒤섞인 디지털시대의 인간관계를 다룬 김상길의 「오프라인」 연작과 김희천의 영상 「썰매」 등은, 불안정하며 다치기 쉬운 인간이 과연 진정한 관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지 생각해보게 한다.

‘모두의 방’ 섹션에서는 분장을 통해 사회적으로 규정된 여성성의 틀을 무효화한 신디 셔먼의 거대한 벽지 작업 「무제」, 아시아 게이 남성의 이중적 한계를 해체하고 복합적 정체성을 체현한 야스마사 모리무라의 「두블르나쥬(마르셀)」, 덴마크의 랜드마크인 인어공주상의 남성 버전을 통해 문화적 상징성을 전복하는 엘름그린 & 드라그셋의 「그(블랙)」, 한국 모더니즘 조각의 남성중심적 위계를 해체하는 최하늘의 「샴」 연작, 여성국극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성별의 정치학을 비판적으로 다뤄온 정은영의 「변칙 판타지」 등을 통해 평등과 다양성의 문제를 되돌아보게 한다.

과학의 가파른 발전은 인간을 변화시키고 있다. ‘초월 열망’ 섹션에서는 인간과 기계의 상생적 관계를 모색한 백남준의 「로봇 K-456」, 기계를 통한 신체의 확장과 인간 향상을 꿈꾸는 스텔락의 다양한 퍼포먼스, 사이비과학을 통해 기술만능주의를 비트는 이형구의 사진 연작 「Altering Facial Features」, 과학기술과 권력의 문제를 돌아보게 하는 이불의 초기 사이보그들, 인간-기계 파편들을 통해 사이보그화된 인간종의 미래를 상상케하는 정금형의 「떼어낸 부분들」 등을 통해 인간 삶과 떼어놓을 수 없게 된 과학기술의 역할과 운명, 그리고 이로 인해 변해가는 인간존재의 의미에 대해 성찰해 본다.

‘낯선 공생’ 섹션에서는 인간중심주의에 의문을 제기하며 인간과 자연, 유기체와 기계, 물질과 비물질이 어우러진 새로운 생태계를 제안하는 다양한 예술적 시도를 살펴본다.

생명공학과 공상과학의 상상력을 접목하여 인간-비인간 잡종을 형상화하는 데이비드 알트메즈의 조각들, 동물과 자연의 지혜를 빌어 탈-인간중심적 삶을 모색하는 염지혜의 「에이아이 옥토퍼스」와 김아영의 「페트로제네시스 페트라 제네트릭스」, 태평양에 떠오른 거대한 쓰레기 섬을 연상시키는 막스 후퍼 슈나이더의 「환승역」, 인간의 생각과 상상을 fMRI 로 스캔한 다채로운 이미지로 인간-기계-환경이 어우러진 생태계를 상징적으로 드러낸 피에르 위그의 「이상(理想)의」 등은 인간 너머의 낯선 존재와 함께 할 준비가 되어있는지 반문하게 한다. 전시는 오는 1월 2일까지 열리며, 재개관을 기념해 사전 예약 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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